조선 중기의 문신. 극충(克忠)의 아들이다. 1504년(연산군 10) 4월 별시문과에 2등으로 급제하여 거창현감, 창원부사, 김해부사, 승문원교감(承文院校勘), 제주목사, 함양군수를 지내고, 풍기군수를 마지막으로 임지에서 죽었다. 마침 1511년(중종 6) 5월 창원부사 김협(金○)이 민치(民治)에는 뛰어났으나 궁마(弓馬)를 알지 못하여 적을 막는 효과적인 조처를 취할 수 없을 것이라 하여 무재(武才)가 있는 문신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났다. 이때 이자화(李自華), 신공제(申公濟), 이포(李苞), 구지신(具之愼), 조순(趙舜) 등과 더불어 물망에 올랐는데, 당상(堂上) 및 내지수령(內地守令)에 구애받지 말고 널리 후보자를 선택하라는 왕의 특명이 있었다. 당시 거창현감으로 있던 그는 당상관에 훨씬 미치지 못하였지만 무재가 있는 데다가 일찍이 왜구를 물리친 공이 있다 하여, 성희안(成希顔)의 천거로 5등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아 창원부사로 발탁되었다. 그러나 그는 생원으로 있을 때 관문을 출입하며 권문(權門)에 아부한 허물이 있고 5등을 뛰어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대간의 강경한 탄핵을 받아, 임명된 지 겨우 한달 만에 체직되고 말았다. 무재는 있지만 몸가짐이 근실하지 못하다고 대간의 탄핵을 받은 것은 이때뿐만이 아니고, 김해부사로 부임하였을 때와 또 1517년 12월 제주목사로 임명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권문에 아부하였다고 지탄을 받은 것은 조광조(趙光祖)가 실각할 때 선배 이항(李沆)이 경상좌도감사에서 대사헌으로 영전하게 되자 마침 함양군수로 재직하고 있다가 아첨에 찬 시를 지어 작별의 인사를 하였는데, 이항은 그뒤 사류(士類)를 모함하고 해치는 데 남은 힘을 다하였다는 비난이 '연려실기술'에 실려 있는 것이 주목되며, 이를 암시하는 기록은 실록의 졸거기사(卒去記事)에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