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호는 소하(小霞), 심향(心香), 심향(深香). 서울 출신. 의정부 승지를 지낸 경양(慶陽)의 장남이다. 새로운 교육제도의 소학교를 졸업하고, YMCA 중학부에 다니다가 그림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1913년에 서화미술회(書畵美術會) 강습소에 입학, 조석진(趙錫晉)과 안중식(安中植)에게 전통화법을 배웠다. 1916년 졸업 다음해 중국으로 건너가 상해(上海)에서 화법을 연구하였다. 1919년 무렵 중국에서 돌아와 서화협회(書畵協會) 회원이 되어 협회전람회(1921∼1936)와 초기 조선미술전람회(약칭 鮮展)에 사실적인 수법의 향토적 풍경을 출품하며 전통화단에서의 위치를 굳혔다. 1930년대 중엽부터는 사의(寫意)의 전통적 산수경(山水境)으로 회귀하는 변화를 나타내면서 부드럽고 자잘한 점선을 구사하는 특질적인 화풍을 형성해나갔다. 그것은 현실경(現實景)과 관념적 화취(畵趣)를 절충한 형태로 이루어졌다. 1940년 무렵 조선미술관(朝鮮美術館)이 기획한 '십명가산수풍경화전(十名家山水風景畵展)'에 초대작가의 한 사람으로 출품하였다. 광복 후에는 50대에 접어든 안정된 기법으로 귀착하여, 완전히 옛 법에 충실한 전통산수로 독자적인 양식을 정립시켰다. 그러나 화면에 등장하는 민가(民家)와 움직이는 점경인물(點景人物)은 한국적인 풍정이기보다는 중국풍의 관념적 형식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아 표현적 자유로움이나 다양성의 한계를 보였다. 1949년에 대한민국미술전람회(약칭 國展)가 시작되어 추천작가, 초대작가로 추대되었으나 한번도 출품하지 않았고, 6, 25 후 정착한 대전에서 외롭고 곤궁한 화필생활을 보냈다. 대표작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의 '설청 雪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