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문신. 자는 담연(湛然). 문하시랑평장사(門下侍郞平章事) 필(弼)의 손자이며, 공부시랑 응규(應圭)의 아들이다. 성품이 장중하고 말이 없었다고 한다. 16세 때부터 유가(儒家)의 자제들과 교우하였으나 무인(武人)들과도 교제를 하여, 정중부(鄭仲夫)의 난 때 화를 면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와 교우하던 사람들도 모두 화를 면하였다. 음보(蔭補)로 수궁서승(守宮署丞)이 되었으며, 이어 대악서승(大樂署丞)을 거쳐 용강현령(龍岡縣令)이 되어서는 행정을 밝게 잘 처리하였다고 한다. 내외직을 두루 역임하였으며, 상의봉어(尙衣奉御), 시어사(侍御史), 호부낭중, 어사잡단(御史雜端)을 거쳐 대부소경(大府少卿), 병부시랑, 형부시랑, 대부경(大府卿), 지삼사사(知三司事), 판대부사재사(判大府司宰事), 태자첨사(太子詹事), 판각문사(判閣門事), 지다방사(知茶房事)를 역임하였고, 고종 때 상서좌복야(尙書左僕射)가 되어 치사(致仕)하였다. 치사 후에는 은퇴한 재상들과 기로회(耆老會)를 만들기도 하였으며, 또한 부처를 독실히 신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