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의 문신. 자는 중문(仲文). 호는 인재(麟齋). 증조부는 찬성사(贊成事)을 지낸 이자성(李自成)이고, 조부는 대제학(大提學)을 역임한 이곡(李穀)이고, 부친은 문하시중(門下侍中) 이였던 이색(李穡)이다. 1374년(공민왕 23) 성균시(成均試)에 합격하고, 1376년(우왕 2) 문과에 동진사(同進士)로 급제하여 장흥고사(長興庫使)에 제수되었다. 1388년(우왕 14) 지신사(知申事)로서 성균시(成均試)를 주관하여 맹사겸(孟思謙) 등 99인을 뽑았고 첨서밀직사사(僉書密直司事)가 되었다. 그리고 우대언(右代言)으로 요동 정벌군이 출정하기 전 조병육정신(助兵六丁神)에게 초례(醮禮)를 행하였다. 1389년(창왕 1) 후덕부윤(厚德府尹)으로 동지공거(同知貢擧)가 되어 진사시(進士試)를 주관하여, 김여지(金汝知) 등 33인을 뽑기도 하였다. 곧바로 승진하여 첨서밀직사사(簽書密直司事)와 동지공거 등을 역임했다. 그러나 아버지 이색이 정권의 핵심에 있으면서 두 해에 걸쳐 과거를 관장하자 사람들의 시기를 받았다. 공양왕이 즉위하고, 이색이 탄핵을 받게 되자, 더불어 파직되어 순천(順川)으로 유배되었다. 1390년(공양왕 2) 윤이(尹彛)와 이초(李初)의 옥사에 연루되어 부자가 모두 청주의 옥에 갇혔다가, 마침 홍수가 나서 사면되었으나 다음해 다시 원지(原地)로 유배되었다. 그 뒤 다시 소환되었으나, 1392년 정몽주(鄭夢周)가 살해된 뒤 그의 당으로 몰려 이숭인(李崇仁) 등과 함께 순군옥(巡軍獄)에 갇혔다가 함창(咸昌)에 유배되었다. 이해 조선이 개국하면서 정도전(鄭道傳) 등이 손흥종(孫興宗)을 시켜 그를 살해하려고 하였는데, 자기의 문생인 김여지(金汝知)가 판관(判官)으로 있어서 그의 비호를 받아 무사하였으나, 장사현(長沙縣)으로 이송 중에 무촌역(茂村驛)에서 교살(絞殺)되었다. 후에 신원(神寃)이 되고 문헌서원(文獻書院)에 제향되었다. 저서로는 '인재유고(麟齋遺稿)'가 있는데, 1519년(중종 14)에 5대손 이자(李○)가 이유청(李惟淸) 집에서 유고(遺稿)를 얻어 이를 1책으로 편집, 선사(繕寫)하였고, 1650년(효종 1)에 10대손 이태연(李泰淵)이 노준명(盧峻命) 집에서 이자(李○)의 선사본(繕寫本)을 얻어 목판(木板)으로 간행하였다. 책은 부분권(不分卷) 1책의 시집(詩集)으로 남행록(南行錄), 관동록(關東錄), 남천상산록(南遷常山錄), 부록(附錄), 발(跋)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체(詩體)에 관계없이 창작순으로 편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