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의 화가. 자는 정중(靜仲). 왕손으로 임영대군(臨瀛大君) 이구(李○)의 증손이며, 두성령(杜城令)을 제수받았다. 그의 생애에 대하여는 별로 알려진 것은 없으나, '패관잡기 稗官雜記'와 '연려실기술' 에서는 그의 높은 화명(畵名)을 말하여주고 있으며, 특히 영모잡화(翎毛雜畵)에 뛰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인종실록'을 보면, 그는 이상좌(李上佐)와 함께 중종의 어용(御容)을 추사(追寫)할 선화자(善畵者)로 승정원에 의하여 추천되기도 하였다. 한편,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암의 작품은 일본에 몇 점 전해지면서 '고화비고 古畵備考'에 그의 '화조묘구도 花鳥猫狗圖' 쌍폭이 기록되었고, 거기에는 '완산정중(完山靜仲)'이라는 정형(鼎形)의 도인(圖印)이 찍혀 있고, 신광한(申光漢)이 제(題)한 칠언율시가 적혀 있다. 그리고 화사(畵史)의 말을 빌려 그는 송나라 모익(毛益)의 화법을 배웠다고 하였는데, 실제로 현재 전해지는 그의 작품은 이와는 달리 완전히 한국적인 정취를 풍기는 독자적인 화풍을 보여준다. 특히, 그의 강아지 그림은 천진스러운 분위기와 전형적인 우리나라 바둑이를 그리고 있어서 한국회화사에서 뚜렷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의 한국적인 동물화풍은 후기 김식(金埴)의 '소', 변상벽(卞相璧)의 '고양이' 등으로 그 전통이 이어진다. 유작으로는 '모견도 母犬圖'(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화조구자도 花鳥狗子圖'(호암미술관 소장), '화조묘구도'(평양박물관 소장), '견도 犬圖'(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