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의 종친. 자는 낭옹(浪翁). 호는 사우정(四雨亭). 세종의 손자이며 성종의 종숙이고 계양군(桂陽君) 이증(李增)의 아들이다. 그가 살던 사우정(四雨亭)이 서울에 있었으나 그 위치는 자세히 알 수 없다., 신종호(申從濩), 채수(蔡壽) 등과 교유하였으며 월산대군(月山大君)이 당시 종실의 어른으로 풍류문아(風流文雅)가 있었는데 그와 어깨를 겨룰 정도였다. 미목(眉目)이 그린 것 같았다고 하며 부림군(富林君)에 봉해졌다. 조선 전기의 시인으로서 다수의 작품을 남겼는데 특히 서울에 관한 작품인 '차달성상석한도십영(次達城相石漢都十詠)'은 '장의심승(藏義尋僧)', '제천완월(濟川翫月)', '반송송객(盤松送客)', '양화답설(楊花踏雪)', '목멱상화(木覓賞花)', '전교심방(箭郊尋芳)', '마포범주(麻浦泛舟)', '흥덕상련(興德賞蓮)', '종가관등(鍾街觀燈)', '입석조어(立石釣魚)'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서울의 산사, 제천정의 풍경, 반송에서의 이별, 양화도의 눈내리는 겨울풍경, 남산에서의 꽃구경, 전교(箭郊)에 방인(芳人)을 찾아간 일, 입석에서의 낚시질 등을 읊은 것으로 조선 초기 서울의 모습을 다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밖에도 남산에 올라 북궐(北闕)과 마포를 내려다보면서 읊은 '등목멱상화(登木覓賞花)'와 망원정에서 주위의 경관을 읊은 '망원정응제삼수(望遠亭應制三首)'도 있다. 또한 '유한강시(遊漢江詩)'는 한강에서 뱃놀이와 고기잡이하는 즐거움을 시로 읊은 것이다. 성현(成俔)은 그의 시격(詩格)이 화이(和易)하고 평담(平澹)하며, 전실(典實)하고 온자(溫藉)하여 읽는 자가 사탕수수를 씹는 것 같아 점입가경이며, 조금도 부과(浮誇)하거나 음염(淫艶)한 기색이 없다는 평을 받았다. 저서로는 '사우정집(四雨亭集)'이 있는데, '사우정집'은 이식이 죽은 뒤인 1500년(연산군 6)에 아들 이철(李轍)이 편집하여 간행하였다. 상하권의 2책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상권은 현전하지 않는다. 하권에 강혼(姜渾)과 이철의 발문이 있다. 자연이나 계절, 증별(贈別) 등이 주요한 시제(詩題)를 이루고 있다. '수려서회(守廬書懷)' '진관상방증광상인(津寬上方贈狂上人)' '송문연지유영남(送文淵之遊嶺南)' 등은 모두 작자의 서정세계(抒情世界)를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이들은 모두 조선 초기의 한시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